
— 잔잔바리의 선을 넘는 순간
식당 사장님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말이 있습니다. “곧 도착해요.” 그리고 그날, 아무도 오지 않는 경우입니다.
우리는 이걸 노쇼(no-show)라고 부르죠. 누군가는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기지만, 준비해둔 재료와 시간, 비어 있는 좌석은 결국 누군가의 하루 매출을 통째로 지워버립니다.
오늘 뉴스에서는 한 장어집 사례가 소개됐습니다. 싱싱한 상태로만 손님에게 내야 하는 장어 특성상, 예약 손님이 노쇼를 해버리면 죽은 장어를 내지도 못하고 버릴 수밖에 없어, 폐업까지 고민하게 된다는 사장님의 호소가 있었죠.
이 문제를 한 번 함께 짚어보고 싶습니다.
최근에는 제도도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25년 10월 22일 ‘소비자분쟁해결기준’ 개정안을 행정예고하면서, 예약을 기반으로 영업하는 오마카세·파인다이닝 등의 업종은 노쇼 위약금을 총 이용금액의 최대 40%까지 둘 수 있도록 손질했습니다. 일반 음식점도 기존 10%에서 최대 20%까지 상향하는 안이 포함됐습니다.
다만, 이런 위약금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사전 고지와 소비자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행정예고 기간: 10월 22일 ~ 11월 11일)

실제로 있었던 사례
단체·대량 주문 뒤 연락 두절 “김밥 100줄” 같은 대량 주문이나 단체 예약 후 노쇼로 자영업자 피해가 반복되자, 이번 개정안에는 대량 주문·단체 예약도 ‘예약 기반 음식점’에 준해 보증금·위약금을 설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이 포함됐습니다.
반복적·악의적 노쇼 허위 연락처를 남기고 여러 업장을 돌며 예약만 걸어놓는 행위는 업무방해죄(형법 314조)가 성립한 사례들도 나왔습니다. 처벌 수위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 벌금까지 가능하다는 해석이 있습니다.
민사: “계약을 어겼다면 손해를 메워야 한다”
노쇼는 약속(예약)에 기반해 준비가 진행된 이상,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예약금을 받지 않았더라도, 구체적인 예약 내역, 준비 과정, 투입 비용 등을 입증하면 일부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 소액 사건 판결들도 있습니다.
업장 입장에서는 예약 기록, 문자·통화 내역, 재료비·인건비 영수증 등 증거를 꼼꼼히 남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형사: 언제 ‘잔잔바리’가 형사처벌로 바뀔까
물론 모든 노쇼가 형사처벌 대상은 아닙니다. 하지만 고의적으로 허위 예약을 걸어 영업을 방해하려는 의도가 인정되면 업무방해죄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장난삼아 여러 업장에 예약만 걸어놓고 나타나지 않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런 행위가 반복되거나, 허위 정보(가짜 번호 등)를 사용해 대규모 피해를 일으키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로 보는 흐름입니다.
반면 사기죄는 보통 가해자가 어떤 경제적 이익을 취해야 성립하는데, 일반적인 노쇼 상황에서는 노쇼를 한 사람이 직접적인 이익을 얻었다고 보기 어려워 사기죄 적용은 제한적이라는 해설이 많습니다.
위약금, 어디까지 물 수 있나 (2025.10.22 행정예고 기준)
예약 기반 음식점(오마카세·파인다이닝 등) → 위약금 상한: 총 이용금액의 최대 40%
일반 음식점 → 위약금 상한: 총 이용금액의 최대 20%
단, 중요한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업장이 예약 보증금, 위약금, 지각 처리 기준 등을 미리 명확하게 고지하고, 소비자가 이에 동의했을 때만 정당한 위약금으로 인정됩니다.
또한 보증금이 실제 위약금보다 큰 경우에는 차액을 소비자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 아직 최종 확정 전, 행정예고 단계임을 유의해야 합니다.

피치 못해 취소해야 한다면, 이렇게
갑작스러운 사고나 병원 진료 등으로 도저히 방문이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가능한 빨리 연락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정중한 취소 통보와 사정 설명, 관련 증빙이 있다면 업장에서 실비 위주의 감액이나 예약 변경으로 도와주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예약 시점에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취소 규정”이 고지돼 있었다면 그 규정에 따른 위약금은 어느 정도 감수하는 것이 분쟁을 줄이는 길이기도 합니다. (예: 이용 당일 취소일수록 위약금 비율 상향 등)
제도에는 한계가 있어도, 선의는 결국 기록과 결과에 남습니다.
서로를 지키는 약속 체크리스트
업장 입장에서는,
예약을 받을 때 미리
취소·지각·노쇼 기준과 보증금·위약금을 분명하게 고지하고,
문자·게시물·안내문 등으로 증빙을 남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손님 입장에서는,
참석이 어려워졌다면 최대한 빨리 알려야 합니다.
고의적인 노쇼나 허위 정보 사용은
민사 분쟁을 넘어서 형사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한 줄 정리
노쇼는 단순한 “예의 문제”를 넘어, 민사상 손해배상과 경우에 따라 형사상 업무방해죄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쯤 되면, 더 이상 ‘잔잔바리 사기’라고 보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지금 위약금 기준은 더 엄격한 방향으로 행정예고가 진행 중입니다.
“사정이 생기면 바로 알린다.” 작은 연락 하나가 누군가의 하루를 지켜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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